
아이들이 성장하며 친구들과 갈등을 겪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내 아이가 반복적으로 친구를 불편하게 하거나 상처를 주는 행동을 보인다면, 부모로서는 마음이 무겁고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혼란스럽기 마련입니다. 이 글에서는 아이가 친구를 힘들게 하는 행동의 원인, 올바른 지도법, 그리고 정서교육과 관계회복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알려드립니다. 아이가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부모가 해야 할 역할을 함께 고민해 봅니다.
지도법: 지적보다 ‘이해와 구조’가 먼저
아이가 친구를 괴롭히거나 불편하게 하는 행동을 할 때, 대부분의 부모는 즉각적으로 “그러면 안 돼!” 혹은 “왜 자꾸 친구 힘들게 해!”라고 반응합니다. 하지만 이 같은 지적 중심의 반응은 아이의 행동을 단기적으로 멈출 수는 있어도, 행동의 본질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합니다.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은 아이의 행동 이면에 있는 감정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아이가 친구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했다고 해서 그 자체가 ‘나쁜 아이’는 아닙니다. 대개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비롯됩니다.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고 행동으로 나타내거나 친구의 반응을 예측하지 못하는 낮은 사회적 인식을 가지고 있거나, 질투, 외로움, 불안, 주목받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되기도 하며 문제 해결 전략이 미숙하거나 무력감 또는 통제의 욕구로 표출되는 데에 그 이유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친구 장난감을 빼앗는 행동이 반복된다면, 그 속에는 ‘함께 놀고 싶은데 말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서’ 일 수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왜 또 친구 물건을 뺏었니?”보다 “함께 놀고 싶었구나, 그런데 그런 방식은 친구가 싫어할 수 있어”라고 말해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또한, 부모는 일관된 기준을 세워야 합니다. 행동에 대한 명확한 규칙과 기대를 제시하고, 반복적으로 설명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친구가 싫다고 하면 장난은 멈춰야 해”, “상대방이 다치면 장난이 아니야” 같은 문장은 아이의 인식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때 벌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보다,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질문하고, 다른 대안 행동을 알려주는 ‘구조 중심 지도’를 실천해야 합니다. 즉, 문제를 지적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엔 어떻게 다르게 해 볼까?”로 확장시키는 것이 핵심입니다. 부모가 차분하게 이야기하고, 아이가 자신의 행동을 이해하고 수정할 수 있도록 돕는 대화의 구조를 만들어야 아이는 점차 ‘친구 관계에서의 올바른 행동’을 내면화할 수 있습니다.
정서교육: 친구 관계를 지키는 방법
아이가 친구를 힘들게 하는 행동을 반복한다는 것은, 단순히 ‘예의가 없다’는 문제가 아닙니다. 대부분의 경우 감정인식 능력과 정서조절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나타나는 것입니다. 따라서 문제행동의 근본 해결을 위해선 정서교육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합니다. 정서교육의 첫걸음은 감정 이름 붙이기입니다. 많은 아이들은 화, 짜증, 슬픔, 억울함 등을 느끼지만 그것을 말로 표현하지 못합니다. 이런 감정들이 쌓이면 행동으로 폭발하게 됩니다. 부모가 먼저 모델이 되어 “지금 좀 답답하네”, “슬픈 기분이 드네” 같은 표현을 자주 사용하면, 아이도 점차 자신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할 수 있게 됩니다. 두 번째는 감정을 수용해 주는 태도입니다. 아이가 화를 낼 때 “화내지 마!”보다는 “화가 났구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줄래?”라고 반응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처럼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안전하게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아이는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감정을 조절하고 전달할 수 있게 됩니다.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훈련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아래와 같은 간단한 감정코칭 루틴을 일상에서 실천해 보세요. 감정을 느끼는 순간, 잠깐 멈추기, 그 감정이 어떤 건지 말로 표현해 보기, “지금 내가 원하는 게 뭐지?” 스스로 자문하기, 행동하기 전에 “이렇게 하면 상대가 기분이 어떨까?” 상상해 보기 이러한 훈련을 반복하면, 아이는 점차 행동에 앞서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됩니다. 또한, 책이나 동화를 활용한 정서학습도 매우 효과적입니다. 친구와 갈등을 겪는 등장인물이 나오는 동화를 함께 읽고, “이 친구는 어떤 감정이었을까?” “주인공은 어떻게 해결했지?”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은 아이에게 공감능력과 상황 판단력을 길러줍니다. 정서교육은 단기 효과보다 장기적인 내면 형성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이해하고 조절할 수 있게 되면, 자연스럽게 타인의 감정에도 민감해지고, 친구를 불편하게 하는 행동도 줄어들게 됩니다.
관계회복: 멀어진 친구와 잘 지내는 방법
아이가 친구를 불편하게 하는 행동을 반복했다면, 어느 순간 친구들과의 거리감이 생기고, 아이가 소외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럴 때 부모는 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합니다. 첫 단계는 아이 스스로 자신의 행동이 친구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이해하는 과정입니다. 아이가 단순히 “미안해”라고 말하는 것보다, “친구가 어떻게 느꼈을까?”, “그때 그 말 들었을 때 친구 기분은 어땠을까?”와 같은 질문을 통해 상대의 감정을 상상하게 하는 연습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관계를 회복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 있는 사과와 책임 인식입니다. 다음과 같은 문장을 아이와 함께 연습해 보세요. “○○야, 내가 그때 그렇게 해서 너 기분이 상했을 것 같아. 미안해.”, “앞으로는 네가 싫다고 하면 장난 그만할게.”,“나는 다시 너와 잘 지내고 싶어.”이처럼 아이가 사과의 이유를 명확히 알고, 상대의 감정을 인정하며, 구체적인 다짐까지 표현하게 되면, 친구에게도 신뢰가 생깁니다. 부모는 아이가 이런 과정을 혼자 해내기 어렵다면 담임교사와 협력해 조율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소규모 활동이나 짝 활동에서 다시 관계를 맺을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또한, 관계 회복 이후에도 부모는 아이가 올바른 행동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긍정적 피드백을 아끼지 않아야 합니다. “오늘 친구랑 잘 지냈다니 정말 기뻐”, “네가 먼저 사과했구나, 정말 용기 있었어” 같은 말은 아이의 자기 효능감을 높여줍니다. 마지막으로, 관계 회복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반복적 과정임을 기억하세요. 아이가 다시 실수할 수도 있고, 친구가 완전히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수록 부모는 아이의 감정을 조절해 주며 “괜찮아, 다시 기회가 올 거야”라고 응원하는 태도를 보여야 합니다.
내 아이가 친구를 힘들게 했다는 사실은 부모에게 큰 충격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이의 행동을 성장의 신호로 받아들이고 이해와 교육, 회복의 기회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는 아직 미숙한 존재입니다. 감정 표현도 서툴고,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능력도 이제 막 배워가는 중입니다. 그 여정에 함께하며 따뜻하게 이끌어주는 부모의 인내심과 반복적인 코칭이 있다면, 어떤 아이도 관계를 회복하고 바른 사회성을 갖춘 아이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이런 아이의 문제 행동을 문제로만 보지 마세요. 그 안에는 아이가 보내는 성장의 신호가 담겨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