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녀에게 얼마의 용돈을 주는 것이 적절할지 고민하는 부모님들이 많으십니다. 가정마다 경제 사정이 다르고, 자녀의 나이나 성향도 제각각이기 때문에 정답이 존재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부모와 자녀 간의 소통, 시대 흐름에 맞는 경제 감각, 그리고 실천 가능한 기준을 세우는 것이 올바른 용돈 설계의 핵심입니다. 이 글에서는 가정경제, 인플레이션, 자녀관리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균형 잡힌 용돈 기준을 안내해 드립니다.
가정경제
용돈 문제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요소는 ‘가정의 경제 상황’입니다. 자녀가 몇 살이냐보다, 가정에서 얼마만큼의 여유 자금이 있는지가 기본 전제가 되어야 합니다. 흔히 자녀 교육을 위해 무리해서 용돈을 주시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장기적으로 가정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자녀가 부모의 실질적인 수입과 지출 구조를 오해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가정에서는 형편상 힘든데도 불구하고, ‘남들만큼은 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무리해서 큰 금액을 주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오히려 자녀에게 잘못된 소비 기준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자녀가 경제적 한계를 인식하지 못하면, 나중에 자립 이후에도 소비 패턴에 문제가 생기기 쉽습니다. 추천드리는 방식은 ‘소득 기준 비율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순수 가처분소득의 1~2% 이내에서 용돈 예산을 설정하는 것입니다. 만약 월 300만 원의 가처분 소득이 있다면, 자녀 용돈으로 3만~6만 원 정도가 적정 범위가 됩니다. 이 기준은 단지 금액을 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녀에게도 ‘가정의 경제적 기준에 맞춰 살 줄 아는 감각’을 가르치는 기회가 됩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형제자매 간의 용돈 차등입니다. 자녀가 둘 이상일 경우, 같은 나이라 해도 소비 패턴이나 책임감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인 기준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형은 동생보다 더 많이 쓴다고 해서 반드시 더 많이 줘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각자의 필요와 역할에 따라 조정해 주는 것이 핵심이며, 그 과정에서 자녀에게 설명과 공감이 동반되어야 불만 없이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나아가, 단순히 매달 일정 금액을 주는 것이 아니라 성과형 지급 방식도 고려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예를 들어, 일정한 집안일, 공부 습관, 시간 관리 등을 성실히 이행했을 경우 보너스 개념으로 추가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단, 이때는 벌칙이 아닌 ‘보상’ 중심의 철학을 유지해야 합니다.
인플레이션 시대
요즘은 커피 한 잔도 5천 원이 넘는 시대입니다. 10년 전만 해도 1만 원으로 친구들과 간식을 먹고, 교통비까지 해결할 수 있었던 것들이 이제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 되었습니다. 물가 상승률은 매년 달라지지만, 최근 몇 년은 특히 높은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자녀 용돈 역시 현실에 맞게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물가에 맞춰 금액만 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자녀에게 ‘자금 관리의 능력’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물가 때문에 용돈을 2만 원에서 3만 원으로 올려줬더니, 자녀가 오히려 더 쉽게 써버리는 경우를 경험하신 부모님들이 많습니다. 돈이 많아졌기 때문에 계획 없이 써버리는 것이죠. 이럴 때는 금액 자체를 조정하기보다는, 용돈의 쓰임을 구조화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기본 생활비’, ‘간식비’, ‘취미비’ 등의 용도를 스스로 나누게 하고, 어떤 부분에서 지출이 많았는지 월말에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간단한 용돈 가계부를 쓰게 하거나, 앱을 통해 기록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또한, 물가 이야기를 자녀와 함께 나누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어른들만 물가를 체감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네가 지난달에 사 먹던 간식이 지금 얼마가 되었는지 알아?"라고 질문을 던져보면, 자녀 스스로도 변화된 금전 감각을 인식하게 됩니다. 물가 상승은 어쩔 수 없는 외부 요인이지만, 이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하는 방식은 가정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금액 조정보다는 ‘경제 리터러시(금융 이해력)’를 높이는 계기로 삼는 것이 훨씬 더 교육적인 접근입니다. 또한, ‘기대치 조절’도 필요합니다. 무작정 “왜 친구는 더 많이 받는데 나는 적게 받아?”라는 비교에 휘둘리기보다, 우리 집의 기준과 생각을 자녀가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도록 충분한 대화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자녀 관리
자녀에게 용돈을 줄 때, 나이는 가장 기본적인 고려사항입니다.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으로 올라갈수록 소비의 필요도와 관리 능력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초등 저학년(1~3학년)**은 돈의 개념이 아직 명확히 자리잡지 않은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는 ‘금액’보다는 ‘돈을 다루는 습관’에 집중해야 합니다. 1,000~2,000원 수준의 소액을 주간 단위로 지급하고, 꼭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핵심입니다. **초등 고학년(4~6학년)**이 되면 친구들과의 활동이나 간단한 소비 행위가 늘어나기 때문에 3,000~5,000원 수준의 주간 지급이 적절합니다. 이때부터는 용돈의 일부를 저축하게 하고, 목표를 설정하게 해 보는 것도 좋은 훈련이 됩니다. 중학생은 월 단위 지급으로 전환해도 좋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간식을 사 먹는 등 실질적인 소비 행위가 많아지므로, 최소 1만~3만 원 범위 내에서 활동 반경에 따라 조절해 주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또한 스마트폰이나 온라인 결제 등 디지털 소비가 늘어나므로, 사용 목적에 대한 규칙도 필요합니다. 고등학생의 경우, 자율성과 책임감의 균형이 중요합니다. 학원, 교통비, 간식비, 문화활동비 등을 포함해 5만~10만 원까지도 지급 가능하나, 조건은 명확히 해야 합니다. 단순 소비에만 쓰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계획한 소비계획서를 함께 만들게 하고, 목표 저축률까지 포함하면 훨씬 의미 있는 경제 훈련이 됩니다. 또한 중요한 것이 ‘자녀의 성향’입니다. 꼼꼼하고 계획적인 아이는 비교적 큰 금액도 잘 관리할 수 있지만,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성향의 아이는 주간 또는 소액 분할 지급이 안전합니다. 성향 파악은 결국 대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므로, 용돈을 주기 전에 충분한 협의를 거쳐 ‘어떻게 줄지’, ‘어떤 조건에서 줄지’를 함께 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결론
용돈의 적정 금액은 가정마다 다릅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보다 ‘어떻게’ 주느냐입니다. 부모의 일방적인 기준이 아닌, 자녀와 함께 기준을 세우고, 이를 통해 경제적 자립심과 책임감을 기를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가정경제를 바탕으로 한 현실적인 기준,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유연한 관리, 자녀의 성장 단계와 성향을 반영한 지급 방식. 이 세 가지 요소가 조화를 이룰 때, 용돈은 단순한 소비 수단이 아니라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최고의 경제교육 도구가 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녀와 함께 용돈에 대해 대화를 나눠보세요. 돈을 주는 그 짧은 순간이 자녀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